저품질, 싼 가격, 신뢰할 수 없는 서비스, 모조품(짝퉁).
중국 제품에 대한 시장 인식을 요약한 단어다. 세계적인 가전제품 전시 행사에서 버젓이 해외 유명 기업 제품을 모방한 짝퉁을 전시하고 최신 스마트폰을 본뜬 ‘산자이’폰이 판치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중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이얼, TLC, 레노버 같은 유수의 전자 기업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들 기업 뒤에는 질 좋은 반도체를 설계해 공급하는 현지 반도체 기업이 있다. 석유 수입보다 반도체 수입 물량이 많을 정도로 아직 수입 의존도가 높지만 일부 분야 칩은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니 경쟁하기도 힘들다.
특히 첨단 반도체 기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투자 의지는 강력하다.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현지 반도체 기업은 총매출의 일정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현지 기업이 만든 칩을 사는 회사도 정부 지원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세운 정부의 강력한 투자 의지에 따른 정책이다.
업계는 더 이상 중국이 라이선스를 회피해 저가 칩을 양산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ARM과 IBM은 중국 기업에 최신 기술을 라이선싱하고 있고 중국 반도체 기업도 해외 유명 IP를 기반으로 고성능 칩을 개발하는 데 적극적이다.
ARM은 지난 2월 고성능 코어텍스 A72 코어 기술을 발표하면서 하이실리콘, 록칩, 미디어텍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언급했다. IBM은 쑤저우파워코어테크놀로지에 ‘파워8’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술을 라이선싱했다. 중국 컴퓨터 제조사인 줌넷컴이 새로운 서버 제품군 ‘레드파워’에 탑재하게 된다.
하이실리콘 모바일 AP인 ‘기린(Kirin)’은 삼성전자 ‘엑시노스’와 성능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이실리콘 64비트 시스템온칩(SoC)은 2.0㎓의 코어 8개로 구성됐다. 16나노 공정 기반의 ‘기린 930’은 28나노 기반의 퀄컴 ‘스냅드래곤 805’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반도체 공정 기술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에서 가장 선진 공정을 도입해 양산하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중국 수준은 아직 낮다.
하지만 첨단 3차원 낸드플래시, 14나노 핀펫 등 첨단 반도체 기술을 국산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디바이스가 생겨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꾀하는 게 첫째다. 최종 목표는 기술 난이도가 높고 내수 시장 수요가 큰 D램을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SMIC는 퀄컴과 협력해 28나노 기반의 ‘스냅드래곤 410’ 프로세서 생산을 준비 중이다. 스마트폰용 고성능 저전력 AP를 양산할 수 있는 공정 기술을 갖추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낸드플래시는 자체 기술로 38나노 공정 양산 채비를 갖췄다. 임베디드 제품군, 모바일 컴퓨팅, TV, 셋톱박스 등 대량 공급이 필요한 특수 분야 애플리케이션을 겨냥했다.
중국 파운드리 기업 XMC는 최근 사이프레스에 인수된 스팬션과 함께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2017년 양산이 목표다. 사물인터넷과 지능형 자동차 시스템 등에서 새로운 데이터 저장 수요가 발생하고 있어 3D 낸드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PWC는 ‘반도체 산업에서의 중국의 영향’ 보고서에서 “중국의 집적회로(IC) 소비가 생산 매출과 격차가 커지는 것은 중국 정부가 추가적으로 자국 IC 생산을 증가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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