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들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단연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 이 드라마는 숱한 이슈를 만들어냈고 매회 시청률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방송 전부터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된 후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 못지않게 진구와 김지원 커플도 시청자들의 성원을 받고 있다.
김지원은 당차지만 러블리한 매력을 지닌 여군 윤명주 역을 맡았다. 드라마 속 윤명주는 서대영(진구 분)과의 애틋한 로맨스로 ‘송-송(송중기-송혜교) 커플’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지원을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군복 대신 여성스러운 의상을 입고 등장한 그는 ‘태양의 후예’ 속 윤명주와는 다른 느낌을 가진 여자였다.
“드라마 속 윤명주와 현실의 제 성격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털털하고 밝은 모습을 지니고 있는 건 비슷한 것 같은데 제가 윤명주처럼 직설적인 말은 잘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그래도 연기하는 데 별 문제는 없었어요.”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기 때문에 촬영은 이미 끝난 상태다. 김지원은 여느 시청자들처럼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며,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대중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연기 점수를 50점으로 낮게 평가했다.
“제 연기를 좋게 평가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지만 저 스스로가 점수를 매겨보자면 50점인 것 같아요. 어느 부분이 만족스럽고 부족하다고 느낀 건 아니지만 딱 이정도가 제 연기 점수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할 때마다 항상 아쉽기도 하고 보람찬 마음도 있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부족한 나머지 50점을 채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본인의 연기를 겸손하게 평가한 김지원은 드라마 11회에서 호평을 받았던 무전 신에 대해서도 파트너 진구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또 12살이나 어린 자신을 잘 챙겨준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 장면은 진구 선배님이 다 하신 거죠. 대사가 ‘윤명주는 내 인생에 들어온 순간부터 천사였습니다. 알아두십시오’였는데 그 말이 너무 좋더라고요. 진구 선배님과는 띠 동갑일 만큼 나이차가 꽤 났지만 촬영장에서 항상 잘 챙겨주셔서 제가 연기도 잘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고마운 분이죠.”
김지원은 특히 연기 파트너와의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최근 KBS1 ‘뉴스9’에 출연해 이목을 끌었던 송중기는 송혜교와 김지원 가운데 누가 더 좋냐는 앵커의 질문에 주저 없이 송혜교를 선택했다. 이에 섭섭하지 않았냐고 묻자 김지원은 누가 봐도 당연한 선택이라며 송중기의 결정에 힘을 보탰다.
“이미 유시진(송중기 분)은 강모연(송혜교 분)과 감정을 많이 나누고 멜로 라인을 진행시킨 상태라 당연한 선택이라고 생각이죠. 저한테도 유시진 대위와 서대영 상사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무조건 후자입니다.”
윤명주가 아닌 김지원의 눈에서 바라본 ‘태양의 후예’ 속 서대영은 어떤 남자일까? 김지원은 서대영을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여자의 입장에서 서대영은 판타지 같은 인물 아닐까요? 늘 묵묵히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또 사랑하는 여자의 미래를 생각해서 자신의 사랑을 포기하잖아요. 이런 남자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판타지죠. 서대영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험한 직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문제겠죠?”
극 중 직접적인 전투 장면은 없지만 김지원은 여군 장교 윤명주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여군 윤명주가 아닌 여군 김지원을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이하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볼 수 있을까?
“이게 참 난감해요. 대중들이 원하는 그림은 ‘태양의 후예’ 속 윤명주의 모습일 텐데 제가 ‘진짜 사나이’에 출연한다면 그동안 연기해 온 윤명주라는 멋있는 캐릭터가 무너질 수도 있어 어려운 결정이에요. 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말 주변도 없고 리액션만 하다가 끝날 것 같아요. 당분간 연기에 집중하겠습니다.(웃음)”
김지원은 ‘태양의 후예’ 모든 촬영이 끝난 후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중국 상하이와 전북 군산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그는 집에 있는 게 가장 좋다는 ‘집순이’였다.
“쉬는 날에는 보통 외출을 잘 안하고 집에 있는 편이에요. 집에서 TV로 ‘태양의 후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들도 즐겨 보고 있죠. 요즘에는 우쿨렐레를 치고 있어요.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잘 연주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독학하고 있습니다.”
올해 나이 25세의 김지원은 앞으로 20대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배우로서 더욱 성장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직 제게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크게만 느껴져요. 배우 김지원이라는 말이 다른 분들에게 이질감 없고 저 스스로도 그 무게를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배워나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나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는 김지원은 팬들에게 고마움이 담긴 메시지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하지 말입니다.”
최민영 기자 my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