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Viewㅣ공연] 신영숙, 진짜 ‘디바’의 삶으로 우뚝 서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바빠. 바빠. ‘레베카’에 ‘맘마미아’에 ‘모차르트’에 ‘팬텀’까지. 바빠 죽겠는데 왜 이렇게 오라는 데가 많아.”

지난 16일에 열린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의 영광을 안은 뮤지컬배우 신영숙이 축하공연을 시작하기 전 애드리브로 펼쳐낸 대사다. 뮤지컬 ‘팬텀’ 속 탐욕스러운 캐릭터, 카를로타의 넘버 ‘다 내거야’의 콘셉트를 인용한 센스 넘치는 애드리브였다. 그러나 사실, 그녀에겐 단순한 위트가 아니다.

사진=인터파크티켓 제공
사진=인터파크티켓 제공

올해로 데뷔 19년 차가 된 신영숙은 현재 뮤지컬계를 종횡무진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했다. 2016년에는 ‘맘마미아’ ‘레베카’ ‘모차르트’를 통해 최고의 티켓파워 배우에게 선사하는 골든티켓 어워즈 뮤지컬 여자배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써의 힘을 입증했다. 또한, 초연에 이어 재연 중인 ‘팬텀’에서 다시 한 번 카를로타로 열연하고 있는 그녀는 커튼콜에서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 남녀배우만큼 뜨거운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

지금은 잘 나가는 배우 중 한 명이지만, 처음부터 조명을 받은 건 아니었다. 그녀의 데뷔작은 1999년 ‘명성황후’로, 당시 극중 명성황후에게 외국어를 가르쳐주는 단역이었다. 이후 서울예술단에 들어가면서 연기와, 춤, 노래 모두 기초부터 탄탄하게 배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촘촘히 활동하면서 다양한 작품 커리어를 쌓아올렸다.

그리고 2008년에 ‘캣츠’의 그리자벨라와 2010년 ‘모차르트’ 초연에서 남작부인으로 등장하면서 대중에게 제대로 신영숙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일각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모차르트’의 ‘황금별’ 넘버는 그녀의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사진=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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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신영숙의 ‘포텐’(잠재력을 뜻하는 은어)이 제대로 터졌다. 2013년 초연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 역을 맡으면서 정상으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최고의 고음을 자랑하는 ‘레베카’ 넘버를 섬뜩하고 깔끔하게 소화해냈고, 광기어린 연기를 펼치며 그녀는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인생캐릭터’를 만난 그녀에게 영광은 2013년 제7회 딤프어워즈 올해의 스타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모차르트’의 재연부터 ‘레베카’ 재연, ‘팬텀’의 재연까지 다양하게 대극장 뮤지컬 속 핵심 인물로 연이어 등장 중이다.

결국, 그녀는 자신의 특별한 새 역사를 세웠다. 16년 전, 단역으로 등장했던 ‘명성황후’의 타이틀롤인 명성황후 역을 맡게 된 것이다. 심지어 2015년은 뮤지컬 명성황후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해였다. 실제로 신영숙은 1999년 출연 당시 윤호진 연출에게 “나중에 명성황후 할래요.”라고 말했던 일화를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오랜 시간동안 켜켜이, 그리고 천천히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만들어내며 정점에 올라선 신영숙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믿고 보고 듣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연기, 노래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그녀가 강력한 티켓파워까지 지녔으니 앞으로 올라설 더 높은 정상이 기대된다. 신영숙에게 더 이상 ‘팬텀’의 가사는 허구가 아니다. “24시간이 모자라. 너무나 바쁜 디바의 삶. 농땡이 칠 틈 없어.”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예은 기자 9009055@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