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대 3조원을 들여 경기도 화성 사업장 17라인에 D램 증설 투자를 단행한다. 투자를 완료하면 화성 17라인은 빈 공간이 없게 된다. 17라인에는 D램 이외에 3D 낸드플래시도 생산하고 있으며, 시스템반도체도 양산할 계획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최근 장비 협력사에 17라인 증설투자를 통보하고 장비 입고 협의에 들어갔다. 일부 협력사는 지난 3월에 발주도 받았다. 투자 규모는 300㎜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월 3만5000장 수준이다. 설비 투자금액으로는 2조5000억~3조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선 10나노급 D램을 생산하게 된다. 발주, 장비 생산, 입고 등 일련의 과정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까지 진행된다. 초기 양산은 올 하반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공장 11라인을 이미지센서 전용으로 전환함에 따라 D램 웨이퍼 투입량의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17라인 D램 투자를 결정했다. 이번 증설은 보완 투자 성격이 강하다. 삼성전자 화성 11라인은 2010년 200㎜ 노후 10라인과 300㎜ 11라인을 통합한 공장이다. 이미지센서를 주요 품목으로 생산한다. D램은 일부 공간에서 만들었다. 앞으로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CIS) 전용 생산 공장으로 탈바꿈한다.
화성 17라인은 뜻하지 않게 품목별로 첨단 반도체가 생산되는 혼합 공장이 됐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팹'이다. 이 공장은 당초 시스템반도체 전용 생산 공장으로 지어졌다. 그래서 당시에는 'S3(시스템 3라인) 투자가 시작됐다'고 회자됐다.
그러나 건물 완성 시기에 파운드리 사업 고객사가 이탈했다. 어쩔 수 없이 첫 투자는 D램으로 시작했다. 월 웨이퍼 투입 기준으로 4만장 규모였다. 두 번째는 지난해에 실시한 3D 낸드플래시용 장비 투자(4만장)였다. 세 번째는 10나노 시스템반도체 생산량 확대를 위한 투자다. 월 웨이퍼 투입량 2만5000장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이번 10나노대 D램 생산을 위한 투자로 결정됐다.
17라인은 겉에서 보기엔 하나의 공장이지만 내부로는 구획이 4개로 나뉘어 있다. 이름도 제각기 다르다. D램을 생산하는 공간은 17라인, 3D 낸드플래시 생산 공간은 16-2라인이라고 부른다. 10나노 시스템 대규모집적회로(LSI) 파운드리 공장은 S3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화성 17라인은 시황에 따라 유연하게 투자하고 효과를 본 모범 전형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반도체는 월 단위로 투자 계획이 변경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산업이어서 경쟁사도 삼성전자의 투자 운용 방법을 면밀하게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3만5000장 규모의 17라인 D램 투자는 11라인 용도 전환, 미세화에 따른 웨이퍼 투입량 손실분(미세화 시 공정 단계 수 증가)을 만회하기 위한 보완 투자이기 때문에 D램 수급 상황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투자 지출은 큰 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장비 협력사는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 끝나면 화성 사업장 내 빈 공장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삼성전자는 화성 17라인 옆 주차장 공간에 신규 공장을 짓기로 하고 땅을 다지고 있다. 7나노 시스템 LSI 라인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