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산업 생산 패러다임과 우리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과거에는 각 분야 고유의 기술과 산업이 개별 발전을 했다. 이제는 이들이 서로 융복합화돼 기존에 없는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지면서 우리 삶의 모습도 함께 변화한다.
이미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머신러닝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구글 알파고, 애플 시리,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인공지능(AI) 서비스 탄생을 지켜봤다. 일부는 실제 경험했다. 아직 초기 수준이지만 이들 기술이 우리의 미래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로봇의 인간 공격, 대규모 사이버 해킹에 따른 도시 마비 등은 더 이상 영화에서 접하는 상상 속 사건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실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 고도화는 물론 도시, 교통, 교육, 행정, 일자리, 의료, 복지 등 일상 생활 전반을 변화시킨다. 첨단 기술이 다양한 기술·산업과 융합해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흐름이 전 사회에 걸쳐 일 전망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교통 분야에서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시범 운행 중이다. 도로 인프라와 자동차가 직접 통신해서 전체 차량 흐름과 도로 환경을 파악하면 사람보다 자동차가 더 안전하게 운전하는 게 가능해진다. 도시 전체의 전력, 용수 사용량을 예측하고 대기와 수질 오염 상황 등과 연계해 미리 대응하는 등 스마트한 도시 운영도 그려볼 수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개인 맞춤형 제품·서비스 활성화를 가능케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바이오센서 등 발달로 개인 건강상태를 좀 더 정밀하게 파악해 정밀 의료,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효율성을 높인 원격 교육이나 맞춤형 교육이 등장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리 정책과 행정 서비스를 모델링해 파급 효과를 설계하는 작업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변화는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뿌리 기술은 단연 반도체, 소재, 디스플레이다. 이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핵심 기술로 꼽히는 '지능형 정보기술(IT)'을 구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을 원활히 실현하려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반드시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저전력으로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저장할 수 있는 D램과 낸드플래시 메모리,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가 필요하다. 현재보다 기술과 성능이 우월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기술로 꼽히는 뉴로모픽 칩 등을 실현하려면 새로운 소재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렇게 처리·가공한 방대한 데이터를 사용자에게 효과 높게 전달하는 새로운 형태 디스플레이도 필요하다.
반도체, 소재, 디스플레이 기술은 그 자체로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 기술이자 뿌리 기술이다. 이 핵심 동력 기술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생산 공정에 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을 접목하려는 고민과 연구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래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한국이 보유한 강점을 극대화하는 '한국형 4차 산업혁명' 구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우수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바탕으로 통신,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경쟁력 있는 산업 중심으로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동시에 다소 미진한 영역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R&D) 혁신 정책을 조급하게 서둘러 추진하기보다는 신중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선도형 R&D 시스템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위험 부담이 큰 중장기 연구의 지속성, 시의성, 국가 연구역량을 고려한 타당성 등을 바탕으로 연구현장 목소리를 꼼꼼히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