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에 웃고 울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 반도체 사업이 있다. 반도체에서만 매출 86조2900억원, 영업이익 44조5700원을 거뒀다. 전사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은 35.4%지만, 영업이익은 75.2%나 된다.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도 51.7%나 된다. 하지만 4분기 반도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삼성전자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업황이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로서는 반도체 실적 하락폭을 최소화하고, 스마트폰 사업 부활과 프리미엄 가전과 TV 사업 지속 성장 등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DS, 하반기 수요 회복 기대…고성능 제품 확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해 전체로는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4분기 실적이 급감하며 업황 부진을 여파를 실감했다. 연간으로는 영업이익이 26.6% 늘었다. 하지만 4분기에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43%나 떨어졌다.
4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은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감소해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낸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라 이미지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요가 둔화돼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실적도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까지 수요 약세가 이어진 뒤 2분기, 하반기로 갈수록 반도체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 가격 안정화에 따른 고용량화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고, D램도 하반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는 주요 고객사 재고 조정이 계속되고, 비수기 영향 등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올해 연간으로는 성수기 진입 효과와 주요 제품들의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지속 확대되면서 시장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2세대 10나노급(1y) D램 공정으로 전환하고, 고부가 D램 판매를 확대한다. 대용량 올플래시 어레이, UFS(Universal Flash Storage) 중심으로 낸드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 이미지센서 판매도 확대할 예정이다. 파운드리는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적용한 7나노 공정 양산과 고객 수 40% 이상 추가 확보로 사업 기반 마련에 집중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와 연간 기준 모두 저온다결정실리콘 액정표시장치(LTPS LCD)와 리지드(경성) OLED간 경쟁이 심화돼 판가가 하락하면서 실적이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디스플레이 사업은 매출 9.17조원, 영업이익 0.97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8%, 31.2% 감소했다. 연간 기준 매출은 32.47조원으로 6% 감소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2.62조원으로 무려 51.4% 줄었다.
LCD 사업은 중국에서 대형 패널 공급이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연간 기준으로 소폭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중국에서 신규 10.5세대 라인을 가동하는 만큼 고해상도와 초대형 위주 제품으로 특화해 어려운 시장을 돌파할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용 패널사간 경쟁이 심해져 1분기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부터 플렉시블 OLED 수요가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스마트폰 시장에 적극 대응하면서 자동차, IT 등 새로운 응용분야로 OLED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대형 패널 기술로 준비 중인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양산 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M, 갤럭시 S10·폴더블폰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실적 개선
IT·모바일(IM)부문은 매출 23조3200억원, 영업이익 1조5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 32% 감소했다. 연간 매출은 100조68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1700억원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4% 줄었다. 2016년 3분기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휴대폰 판매량은 7800만대로, 스마트폰 비중은 80% 후반이다. 제품 평균판매가격(ASP)은 200달러대 초반이다.
삼성전자는 “무선사업은 시장 성장 둔화와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 등 매출 저조 영향으로 실적이 전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애플 신형 아이폰 출시 △인도 등 신흥 국가에서 중국 스마트폰 약진 △5G 스마트폰·폴더블폰 대기 수요 증가 등이 실적에 부정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갤럭시S10 시리즈 출시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증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프리미엄 라인업 가격대를 폭넓게 형성,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한다. 중저가 라인업은 갤럭시M·갤럭시A 시리즈로 재정비, 마케팅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5세대(5G) 스마트폰과 폴더블폰을 적기에 출시해 시장을 선점, 기술 리더십을 이어간다. 빅스비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고도화해 최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배터리 용량 확대·성능 최적화 등을 통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사업은 4분기 해외 거래선 롱텀에벌루션(LTE) 증설 장비 공급과 한국·미국 시장에 5G 장비 공급을 개시, 실적이 개선됐다. 5G 초기 시장에 장비 공급을 확대, 네트워크 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 기반을 강화한다. 2020년까지 5G 스마트폰 출시를 준비하는 중국, 미국 등 신규 고객사 확보도 적극 추진한다.
◇CE, 프리미엄 가전과 QLED TV로 수익성 강화
소비자가전(CE)부문은 프리미엄 가전과 QLED TV에 주력하면서 지난해 대비 수익성이 개선됐다. 올해도 수익성 확대가 최대 목표다.
지난해 CE부문 매출은 42조11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00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는 매출 11조7900억원, 영업이익 6800억원이었다.
4분기 TV 사업은 연말 성수기를 맞아 초대형·QLED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개선됐다. 특히 QLED TV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가량 판매량이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초대형·QLED TV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하는 한편, 다양한 크기의 QLED 8K TV 신모델을 글로벌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올해 TV 시장 수요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QLED 8K TV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 비중을 더욱 확대하고, 마이크로 LED와 같은 혁신 제품을 출시해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생활가전 사업은 4분기 패밀리허브 냉장고, 대형 건조기, 큐브 공기청정기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전분기 대비 실적이 소폭 향상됐다. 올해 1분기는 의류청정기, 건조기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가전 판매를 확대하고, 빌트인 가전과 시스템에어컨 등 B2B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생활가전 시장은 올해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소폭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와 B2B 사업을 더욱 강화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김원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상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가 부재하고, 성장시장 경제가 불안해 전체 TV 시장 규모는 전년과 동등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삼성전자는 QLED TV와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지속 확대해 수익성 확대와 성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