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정부 주도 하에 수조원대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이어졌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각지에서 정부 주도 시스템 반도체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쓰촨성 청두시는 최근 '집적회로 중점사업' 일환으로 대규모 반도체 연구단지 착공식을 열었다. 이 시설을 짓기 위해 120억위안(약 2조1300억원)을 투자한다.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시스템반도체 핵심 설계자산(IP) 개발 등 8대 시스템반도체 중점 사업을 이곳에서 진행하고 업체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도 지난 10일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투자에 뛰어들었다. 간저우시는 명관미전자 유한회사의 전력반도체 생산라인 구축에 60억위안(약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0.9~1.1마이크로미터(㎛) 공정으로 만든 전력반도체를 연간 100만장(8인치 웨이퍼 기준) 규모로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안후이 허페이시는 이스라엘 파운드리 업체인 타워재즈의 새로운 12인치 팹이 들어설 것이라고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시스템 반도체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 창신메모리(CXMT)는 지난달 D램 생산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투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반도체 굴기만은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주도 투자가 이어지면서 현지 팹리스 생태계도 점차 확대되는 분위기다. 화웨이의 하이실리콘, 칭화유니그룹의 유니SOC 외에 1700개가 넘는 팹리스 기업이 다양한 반도체를 개발·양산하고 있다.
종합반도체업체(IDM)를 지향하는 화룬, 전력반도체 기업 록칩 등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도 늘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전력반도체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정보기술(IT) 산업에서 전력 효율 향상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IGBT 개발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전력반도체 투자가 지지부진한 사이 중국 전장 반도체 투자 사례가 상당히 늘고 있다”면서 “시스템 반도체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중국 정부가 자금을 회수하고 새로운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의 시스템 반도체 투자는 국내 전자업계 전반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영향력이 적은 부품이라도 중국 주도 공급망이 조성되면 국내 IT산업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스템 반도체 관련 투자를 늘려 경쟁력 확보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