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측했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사정이 낫지만 우리나라 역시 올해 마이너스 성장(-1.2%)이 불가피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우리나라 경제와 수출의 중심축인 반도체 역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은 신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취소하거나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제조 산업 전반이 위축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초 계획했던 설비 투자를 흔들림 없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 시안 낸드·평택 D램 투자 변함없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 투자에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반도체 불황 터널을 지나 올해 메모리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삼성은 올해 낸드플래시와 D램 생산능력을 12인치 웨이퍼 기준 각각 월 6만5000장(65K), 5만장(50K) 늘리기로 했다. 낸드플래시는 중국 시안 공장 설비 증설을, D램은 평택 공장(P1+P2) 증설로 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1분기가 지난 현재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계획대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시안 2공장에 2만장(20K) 규모 설비가 갖춰졌으며, 평택 D램 라인도 구축 중이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각국 통제로 물류가 원활하지 않아 장비 입고 지연 등의 영향은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10~20% 정도 늦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은 입고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비 입고도 탄력 대응하고 있다. 중국 시안에 공급하려던 기기를 물류가 상대적으로 원활한 국내 평택 공장에 먼저 공급하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해상 물류는 원활하지만 항공 물류망에 차질이 있다”며 “문제 발생 시 평택 공장에 장비가 먼저 설치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투자 시동
SK하이닉스는 최근 신규 메모리 설비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우시에 위치한 C2F 공장에 3조299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C2F 공장 유휴공간에 월 3만장(30K) 규모 D램 생산 설비가 갖춰질 계획이다. 7월부터 장비가 입고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를 보수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예정된 투자는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음에도 C2F 투자를 진행했고, 또 최근에는 이천 M16 가동을 앞당기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M16 장비 입고 시점을 내년 1월에서 연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장비업체와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또 D램 증설 규모도 당초 2만장(20K)에서 3만장(30K)로 상향했고, 낸드플래시도 5000장(5K) 규모 증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낸드 증설은 SK하이닉스의 핵심 낸드 생산 기지인 청주 M15 공장이 타깃이다.
◇'위기는 기회' 삼성·하이닉스 투자 지속 이유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초유의 전염병 사태에도 중단없이 투자를 이어가는 배경은 시황이 나쁘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주춤한 가운데서도 메모리 수요, 특히 서버와 PC용 D램은 수요가 강세다. 재택근무와 교육, 여가활동, 쇼핑 등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서버와 PC 구매가 늘어나고 이는 D램 수요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실제 최근 D램 공급은 여유가 없다. 재고 수준이 메모리 호황일 때인 2~3주로 낮아졌으며, 공급부족(쇼티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서버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온라인 서비스 업체들도 D램 메모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경향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대만 D램 업체인 난야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온라인 교육, 재택근무, 온라인 쇼핑이 늘어 1분기 실적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불확실성이 크지만 수요가 급감하거나 시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투자 기조를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를 취소하지 않고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건 시장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관심은 하반기다. 2분기까지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반도체 시황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다. 전망이 엇갈리고, 예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D램 제조사인 난야는 최근 가진 실적설명회에서 2분기와 3분기에도 성장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페이잉 난야테크놀로지 사장은 “단기적으로 볼 때 PC, 서버,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수요는 지속 상승해 스마트폰 D램 수요 감소를 상쇄할 것”이라며 “고객들로부터 받는 메시지도 2분기와 3분기 PC·서버용 D램은 좋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3일, 삼성전자는 29일 기업설명회를 갖는다. 세계 1·2위 D램 업체인 양사의 상세 1분기 실적 확인과 함께 향후 시장 전망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평택 P2 메모리 투자 외에 올 하반기 낸드플래시를 추가 투자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투자 여부는 지켜볼 대목이지만 삼성전자의 초고적층 7세대 V낸드플래시 개발 소식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세계 시장 공략은 '멈춤'이 없어 보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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