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美 상무부에 화웨이 반도체 수출 허가 신청

미 상무부, 15일부터 제재 시행
승인 가능성은 희박...사업 변수
대체 수요처 발굴 등 전략 마련

삼성·SK하이닉스, 美 상무부에 화웨이 반도체 수출 허가 신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미 정부의 화웨이 추가 제재에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외에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다양한 글로벌 업체들이 라이선스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 분위기와 화웨이 제재 추이를 놓고 볼 때 승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수출 허가 신청과 별개로 대체 수요처 발굴 등 화웨이 제재 회피 전략 마련에도 나섰다.

9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반도체 수출 허가를 요청했다.

허가 신청은 미국 상무부가 이달 15일부터 미국 소프트웨어나 장비 등을 사용해 생산하는 반도체를 사전 승인 없이 화웨이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재 시행을 앞두고 이뤄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상무부에 화웨이 수출 허가 신청을 제출한 상태”라며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미국의 제재 조치 시행 이전에 필요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요청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허가가 나면 15일 이후에도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납품은 즉시 중단된다.

제조 과정에서 미국 기술이 사용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승인을 받도록 한 미 정부 규제는 전 세계 반도체 업체를 사정권에 둔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미국 기술이 사용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사업에 큰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및 모뎀을 만드는 퀄컴, 미디어텍 등도 미국 상무부에 거래 승인을 요청하고 있는 배경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5대 반도체 매출처 가운데 한 곳이고, SK하이닉스는 매출의 10% 정도를 화웨이가 차지한다. 이에 따라 화웨이 반도체 공급이 중단되면 고객사나 공급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세계 2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할 상황까지 몰리게 되면 반도체 업체들은 화웨이 물량을 대신할 대체 수요처를 찾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 향방에 따라 반사이익이 전망되는 삼성전자나 애플, 오포, 비보 등에 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1순위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D램이나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공급은 줄어들더라도 스마트폰 및 5G 통신장비 사업 등에서는 반사이익이 예상돼 화웨이 제재 영향을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대 수준으로 올해보다 15%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 스마트폰이 늘면 메모리 반도체 구매도 늘어 화웨이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는 범용(commodity) 제품이기 때문에 화웨이에 납품하던 메모리를 다른 회사가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미국 정부가 화웨이 수출 승인을 쉽게 내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국내 메모리 전체 실적이나 산업 관점에서 볼 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