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사업의 흑자전환을 눈앞에 뒀다. 수요 증가와 함께 고성능 제품 공급 확대로 낸드플래시 사업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흑자 달성도 가시화돼 D램 시장 2위인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를 양 날개로 삼아 도약할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27일 2분기 실적설명회에서 “2분기에 128단 낸드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수익성 개선이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3분기 낸드 사업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의 연간 흑자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128단과 176단 낸드 경쟁력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에도 흑자 기조 유지가 예상되고, 올 연말 인수 완료 예정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까지 가세하면 큰 폭의 시너지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낸드플래시는 SK하이닉스의 약점이었다. D램은 28% 안팎의 점유율로 수위를 달리는 반면 낸드플래시는 11~12%대로 업계 4위에 그쳤다. 낸드는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중위권에서 다른 회사들과 경쟁하다 보니 수익성이 떨어졌다. 증권사 분석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2018년 4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경제 활성화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하고, 128단 및 176단 낸드플래시 등 고성능 제품을 적기에 출시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의 연간 수요 성장률은 애초 기대보다 높은 30% 중·후반대 수준을 예상한다”면서 “차세대 제품인 176단 낸드는 계획대로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하고, 연말에는 128단과 176단 비중이 80%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176단 낸드는 업계에서 적층 수가 가장 많은 낸드플래시 제품이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 PC, 서버·스토리지 등 정보기술(IT) 기기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적층은 아파트나 빌딩처럼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말 세계 처음으로 128단 낸드를 양산했고, 지난해 말에는 미국 마이크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176단 낸드를 개발했다고 밝히는 등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성과가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낸드플래시 사업이 반등하면 SK하이닉스는 D램과 더불어 쌍끌이 성장이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지난 2분기에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매출이 10조원을 넘은 건 메모리 초호황기로 평가받던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영업이익도 2조694억원을 달성해 지난 1분기 대비 103%, 전년 동기 대비 38.3% 각각 증가하는 호실적을 남겼다.
SK하이닉스는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드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실적 성장을 이어 갈 것으로 예상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상반기까지 메모리 시장이 일반 소비자 제품 중심에서 하반기에는 (데이터센터 등) 기업 수요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특히 코로나19 이후 5G 스마트폰 공급 확산, 하반기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와 맞물려 고용량의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이 같은 증가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