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2년 배우 정욱을 주축으로 한 연극 '서 교수의 양심'이 4차 산업시대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더욱 심화된 개인화 속 대중에게 양심과 현실 간의 딜레마를 새롭게 던진다.
최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민송아트홀에서는 연극 '서 교수의 양심'이 공연됐다.
연극 '서 교수의 양심'은 극작가 김영무와 연출가 송훈상이 함께 한 극단 춘추의 연출작이자, 62년 연기인생의 배우 정욱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이다. 2019년 11월 초연된 이래 올해 '제39회 대한민국연극제 in 안동·예천' 초청공연(총 1회차)과 제2회 29아나관람전 참가공연(총 5회차) 형태로 공연됐다.
이 작품은 유명 소설가 서동호의 의도치 않은 원고절취 사건을 중심으로, 부인 구 여사와 딸 서주미, 원고주인이자 제자인 강진욱, 신문기자 박인식, 시인 민 국장 등 일련의 인물들이 보이는 현실생존과 양심의 딜레마를 조명하고 있다.
실제 관람한 '서 교수의 양심'은 정욱을 중심으로 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이어지는 연극 본연의 단단한 흐름 속에서 극의 주제인 현실과 양심의 딜레마를 적극적으로 떠오르게 했다.
먼저 극무대 밖 독백과 함께 음악으로 채워진 신(Scene) 전환 포인트는 작품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인간 내면의 고민과 새드엔딩을 상징적으로 비추는 듯 했다.
또한 1시간30분이라는 러닝타임 속에서 단단하게 연결된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흐름은 서재와 거실을 구현한 다소 단조로운 느낌의 세트구성을 집중력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킴과 동시에, 극이 표방하는 '현실과 양심의 딜레마'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듯 보였다.
서동호 역을 맡은 62년 연기내공의 정욱은 각 인물의 성격들을 조화롭게 수용하면서, 양심과 현실의 대립 속 절대 선 측면을 인간적인 톤으로 선보였다. 또한 구여사 역의 배우 정이주는 서동호가 지향하는 절대 선과는 다소 대칭되는 인간적인 현실과 감정에 충실한 인물로서의 적극적인 모습을 연기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서동호의 제자이자 내연녀 격인 안연실(김현숙 분)과 민국장(강희영 분), 양심갈등의 핵심요소를 지닌 강진욱(권영민 분) 등 서동호의 내면적 갈등을 자극하는 두 핵심인물과, 이를 조명하는 신문기자 박인식(김대환 분), 이주간(김성호 분), 서동호와 같은 내면갈등을 겪는 딸 서주미(강해향 분) 등 각 캐릭터가 지닌 성격의 유기적 혼합은 세대나 사회적 관점을 뛰어넘어 인간 내면의 근본적 문제를 자극하는 바로서 주목할만 하다.
연출자 송훈상은 작품소개를 통해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 다수의 생존권 간의 첨예한 대결구도 속 선택과 비극에 모티브를 두고, 그 사이에서 우리들의 보편적 비극미를 발견하려는 의도를 갖고 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연극 '서 교수의 양심'은 62년 연기인생 정욱의 여전한 열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 외에도, MZ세대부터 실버세대까지 모두가 공유할 만한 인간 본연의 양심가치 환기의 계기가 될 작품으로 보여진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