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반도체 기업, 美에 정보 넘겼다

이스라엘·대만 등 13곳서 제출
영업비밀 관련 핵심사항은 제외
삼성·SK 등 가이드라인 삼을 듯

미국 상무부에 해외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영업 비밀에 가까운 핵심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공개해야 할지 난감해 하던 국내 기업에도 준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의 제품 관련 공개 정보. 제품 분야와 소재, 공정 노드 등은 기입했지만 최근 생산량과 판매가, 생산 공정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스라엘 파운드리 타워의 제품 관련 공개 정보. 제품 분야와 소재, 공정 노드 등은 기입했지만 최근 생산량과 판매가, 생산 공정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4일 기준 이스라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타워세미컨덕터, 대만 반도체 패키징·테스트업체 ASE 등 13개 기업과 대학이 상무부가 요구하는 반도체 공급망 정보를 제출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세계 7위 파운드리 업체다. ASE는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분야 세계 1위 회사다. 그 외 미국 차량용 부품 제조업체 오토키니톤과 미국 인쇄회로기판(PCB) 기업 이솔라 등 기업, 코넬대·UC버클리 등 대학이 제출했다. 정보는 상무부가 자료 제출을 요구한 사이트에 '공개(Pubic)'나 '기밀(Confidential)'로 구분돼 업로드됐다. 공개 자료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기밀 자료는 상무부만 열람할 수 있다.

타워가 공개한 고객 정보. 고객의 제품분야만 언급하고 소재지와 매출 비중은 언급하지 않았다.
타워가 공개한 고객 정보. 고객의 제품분야만 언급하고 소재지와 매출 비중은 언급하지 않았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영업 비밀에 가까운 핵심 정보는 대부분 빠졌다. 가장 많은 정보를 기입한 타워세미컨덕터는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의 종류와 소재, 활용하는 공정 노드(㎚), 납품 기간(리드 타임) 일부만 공개했다. 민감한 정보인 고객사, 제품 가격, 판매량 등은 공란으로 비워 뒀다. ASE의 경우 '공개' 자료에는 정보를 대부분 넣지 않았지만 '기밀' 자료를 추가로 제공했다. 대학은 보유한 반도체 관련 기술과 인력 양성 현황 소개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고객사와 판매량 등 핵심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상무부가 정보 제출을 기업 자율에 맡긴 이상 앞장서서 중요 정보를 공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타워의 재고 정보 수일(days)로만 간략하게 표시했다.
타워의 재고 정보 수일(days)로만 간략하게 표시했다.

국내 기업도 공개된 자료를 가이드라인 삼아 제출 범위를 결정할 것을 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 등이 상무부의 요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심 정보가 빠지면서 미국 정부가 추가 정보의 강제 요구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정보 요청은) 자발적이지만 이 정보는 반도체 공급망의 투명성 우려 해소에 중요하다”면서 “강제 조치를 할지는 얼마나 많은 기업이 동참하느냐와 제공된 정보의 질에 달렸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물품의 재고 상황을 확인하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내세울 수도 있다. 상무부는 이례적으로 인텔, 제너럴모터스(GM), 인피니언, SK하이닉스 등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기로 한 사실을 공개하며 다른 기업의 정보 제공을 우회적으로 강요하기도 했다.

대만 패키징 테스트업체 ASE의 제출 형태. 공개 자료에는 정보를 거의 기입하지 않았지만 영업 비밀 자료는 열람 제한으로 따로 제출했다
대만 패키징 테스트업체 ASE의 제출 형태. 공개 자료에는 정보를 거의 기입하지 않았지만 영업 비밀 자료는 열람 제한으로 따로 제출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