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IT 서비스 시장 확대 등 메모리 업황을 좌우하는 각종 변수가 많아졌다. 단순 지표로 시장을 읽기 힘들어졌다. 그러나 일부 증권업체와 시장조사업체의 성급한 메모리 시장 진단으로 제조사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속속 등장했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겨울이 온다(Memory-Winter is Coming)' 보고서를 내놓기 일주일 전 삼성전자에 대해 '비중 확대(Overweight)'를 제안했다. 연말까지 D램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당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9만8000원으로 올려잡았다.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는 15만6000원이었다. 며칠 뒤 메모리 겨울론 보고서에서 다시 삼성전자 주가를 8만9000원, SK하이닉스 주가도 8만원으로 대폭 하향했다. 당연히 두 회사의 실제 주가는 폭락했다.
3개월 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4분기 가격이 예상보다 '덜 나쁜(less bad)' 편이라며 입장 선회했다. 메모리 재고가 낮고 클라우드 서버 강세로 다운사이클이 '짧아질 것(short lived)'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의 '반성문'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현실과 괴리가 있는 시장 전망은 시장조사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메모리 가격 동향을 살피는 시장조사업체는 D램익스체인지가 대표적이다. D램익스체인지 가격 동향은 PC향 메모리에 치우쳐있다. 전체 메모리 시장을 가늠하기엔 무리가 있다. PC향 메모리 시장은 전체 15% 미만이다.
이를 두고 많은 증권사에서 인용하다보니 메모리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도 크다. 트렌드포스도 가끔 메모리 동향을 발표한다. D램익스체인지는 트렌드포스 자회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 시장조사업체다보니 대만이 주력하는 PC 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부 서버향 메모리 시장 동향도 분석한다. 그러나 기업간거래(B2B) 시장인만큼 실제 거래 가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몇몇 사례가 전체 시장을 대변하는 지표로 활용될 부작용도 있다.
메모리 가격 결정 요인이 복잡해져 예측 무용론까지도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측은 “국내 메모리 제조사의 주력 제품인 서버와 모바일향 메모리 가격은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면서 “일부 시장조사업체 가격 동향은 참고할만하지만 시장을 읽는 절대 지표로 보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시장조사업체가 보는 메모리 재고와 실제 제조사의 재고가 상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모건스탠리 석달 새 정반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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