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업체들이 올해 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기업별로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명 단위로 인력을 추가 확보했다. 반도체 팹리스의 14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수요가 늘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디자인하우스 '몸집 키우기' 행보가 빨라졌다.
디자인하우스 중 가장 많은 인력을 채용한 건 에이디테크놀로지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임직원은 지난해 200명이 채 안됐다. 올해는 425명까지 인력을 확대했다. 자회사까지 고려하면 450명이 넘는다. 미국과 유럽 지사를 본격 가동하는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추가 채용도 준비한다.
세미파이브도 2020년 120명에서 올해 190명까지 확대했다. 세미파이브는 앞서 디자인하우스 세솔반도체와 로직 반도체 설계업체 다심을 인수했다. 또 다른 디자인하우스 하나텍 인수합병(M&A)을 추진 중이라 회사 규모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텍 인력은 60여명 수준이다.
가온칩스도 기존 100여명에서 올해 150여명까지 인력을 늘렸다. 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파운드리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다. 국내 유일의 TSMC 디자인 파트너인 에이직랜드도 올해 20명을 추가 채용했다.
인력을 대폭 늘리는 건 첨단 미세 공정 수요 때문이다. 최근 국내외 팹리스들이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과제(프로젝트)가 많아졌다. 인공지능(AI)과 차량용 반도체에서 특히 수요가 늘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모빌린트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이 5~14나노 공정으로 칩을 설계 중이다. 14나노 공정으로 차량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상용화한 텔레칩스도 8나노 공정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는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설계 지원 인력이 크게 늘어난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도체 안에 회로를 그려야 할 작업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설계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는 “5나노 공정까지 가면 한 과제 당 인력이 50~100명까지 필요하다”면서 “공정 미세화에 따라 설계 지원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디자인하우스 규모로는 14나노 이하 첨단 공정 설계를 뒷받침하기 어려웠다. 이에 디자인하우스는 공격적 M&A와 추가 인력 채용으로 체격을 키웠다. 가온칩스 관계자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미세 공정 과제에 대비해 인력을 채용하고 현재 교육 중”이라고 말했다.
내년 삼성전자와 TSMC가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하면서 디자인하우스 규모는 보다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국내 팹리스도 3나노 공정을 활용할 역량이 확보되면 이를 지원할 디자인하우스 인력도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디자인하우스 인력 현황>
자료=업계 취합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