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충돌…인수위, 법무부 업무보고 퇴짜

신·구 권력 갈등 '확산일로'
예정된 일정 돌연 취소·연기
기재부·과기부 등 부처 보고 받아
산업·경제분야 시급 현안 논의

윤석열 당선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처별 업무보고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산업·경제 분야 국정과제 선정 작업이 시작됐다. 24일 인수위원회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외교부, 대검찰청 등 다수 부처와 기관 업무보고를 받았다. 22일과 23일 국방부와 통일부 등 안보 분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산업·경제 관련 부처가 첫발을 내디뎠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1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점은 기술경쟁력 강화와 민간 중심의 경제 활성화 대책 모색이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보고는 처음으로 세종에서 이뤄졌다. 가장 시급한 현안인 추경 논의가 중점으로 다뤄졌다. 2차 추경은 지출 구조조정을 우선 검토하고, 국채 발행은 후순위로 둔다는 게 인수위 입장이다.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에 달하는 재원 마련 방안이 오갔을 것으로 관측된다. 가상자산도 보고 내용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이 가상자산 과세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담당 부처인 기재부와 논의가 필요하다.

공정위 보고에서는 시장경제 질서 관련 독과점 남용행위와 대중소 기업의 공정거래 문화 등이 논의됐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현안인 납품단가 조정과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등도 비중있게 거론됐다. 주제토론 시간에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실효성 있는 자율규제 도입 관련 얘기가 오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혁신과 민간 기술혁신 유도 방안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정책을 보고했다. 시급 현안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대란, 원자재 가격 상승 대책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망 교란에 대응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한 통상 정책, 통상 조직개편에 대한 산업부 관점도 설명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윤 당선인이 공약한 '원전 최강국 건설' 관련 보고와 또 다른 공약인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 방안이 검토됐다.

과기정통부는 과학기술 선도국가와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 실현을 목표로 △R&D 체질 개선과 효율성 확보 방안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탄소중립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미래 먹거리 초격차 전략 등이 보고됐다. 현안으론 누리호 2차 비행시험(6월)과 '데이터기본법' 시행(4월)에 따른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 출범 등 논의도 진행됐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선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위기 대책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코로나 긴급구조 특별본부 설치, △임대료 나눔제 도입, △전통시장 활성화 및 자영업자 재기 지원 등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인수위원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영위기 극복을 우선하되 중소벤처기업의 근본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 대안도 주문했다. 구체적 과제로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중소기업 생산성 특별법' 제정, '중소기업 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등이 제안됐다.

한편, 정무사법행정분과가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취소·연기하는 등 문 정부와 윤 정부 사이 인수인계 마찰도 있었다. 정무사법분과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대해 40여일 후 퇴임할 장관이 부처 업무보고를 하루 앞두고 정면으로 반대하는 처사는 무례하고 이해할 수 없다”며 법무부 업무보고 일정 유예를 통지했다.

이번 갈등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 당선인의 사법개혁 공약 관련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예산편성권 부여 △검찰 직접수사 확대 등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배경이다. 반면에 대검찰청은 법무부와 다른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업무보고에서 수사지휘권 폐지, 독자 예산편성권을 비롯한 당선인 공약한 사항에 인수위에 협조하기로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권건호·박지성·변상근·최다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