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23에 참여한 스마트폰 업체들이 저마다 차별화 기능을 내세우며 관객 눈길을 끌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과거 중저가 모델을 내세운 것에서 탈피해 200만원 안팎의 고가 스마트폰을 앞다퉈 전시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고급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 제재가 덜한 유럽 시장에서 반격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실제 유럽 시장에서는 샤오미, 오포, 리얼미 등 중국 업체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MWC의 최대 격전지인 전시 3관에서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이 마치 삼성전자와 SK텔레콤과 같은 대표 한국 모바일 기업을 포위하는 듯한 모양새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삼성전자와 전시관을 마주보고 있는 아너는 지난해 말 출시된 폴더블폰 '매직 Vs'를 선보였다. 512GB 기준 출고가가 무려 1599유로(약 223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모델이다. 접지 않았을 때 6.1㎜, 접었을 때 12.9㎜ 로 상당히 얇은 두께를 자랑한다. 현장 참관객들은 이 제품을 두고 갤럭시Z 폴드 시리즈와 형태가 유사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갤럭시Z 폴드4와 같은 스냅드래곤8+1세대를 탑재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전년 대비 14% 감소한 가운데 아너만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판매량이 상승했다. 아너는 화웨이로부터 인수받은 유통, 제품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전년 대비 판매량을 38% 증가시켰다.
오포의 '파인드 n2 플립'은 갤럭시Z 플립의 외부 디스플레이를 시계방향으로 반바퀴 회전시킨 것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화면이 접히는 힌지(경첩)의 우수성을 강조한 가운데 실제 주름이 거의 거슬리지 않았다. 배터리는 4300mAh로 3700mAh 용량인 갤럭시Z 플립4보다 용량이 크다. 포켓 사이즈를 내세운 것도 Z플립의 전략과 유사하다. MZ 세대를 공략한 Z플립과 같이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액세서리도 선보인다. 실제 현장에서는 다양한 디자인의 파인드 n2 플립 케이스를 전시했다. 많은 관람객들이 실제 스티커 등을 사용해 케이스를 꾸미는 체험에 참여했다.
샤오미는 고급 카메라 브랜드인 라이카와 협업한 '샤오미 13프로'를 선보였다. 제조사들이 점점 스마트폰 기술 경쟁을 위해 카메라를 고도화 하는 만큼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제품에는 라이카와 공동 개발한 트리플 렌즈 카메라가 장착됐다. 샤오미는 앞선 12시리즈에서도 라이카와 협업을 진행했다. 가격은 약 1299유로(약 180만원)로 고가다.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인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이 탑재됐다.
최대 전시관을 구성한 화웨이는 폴더블폰 '메이트Xs2'를 선보였다. 한국 이용자에게 익숙한 인폴딩 방식이 아닌 아웃폴딩이 적용됐다. 인폴딩 방식에 비해 주름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힌지가 엷어 접었을 때 두께도 상당히 얇아보인다. 하지만 아웃폴딩 방식은 디스플레이가 노출되는 만큼 내구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체 운용체계(OS)인 '하모니OS2'를 탑재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첫 6주동안 전체 시장이 12% 감소하는 와중에도 화웨이만이 유일하게 전년 대비 증가된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폭이지만 점유율도 상승하고 있다.
레노버는 눈에 띄는 '색상'을 앞세웠다. 레노버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모토로라 에지 30 퓨전'에 글로벌 색채연구소 팬톤의 공식 색상을 적용했다. 아쿠아폼, 비바마젠타와 같은 색상을 차용하고 직접 색상 차트를 스마트폰에 표기해 눈에 띈다.
ZTE는 'MY OS 13'을 탑재한 '누비아 Z50'을 선보였다. 스냅드래곤8 2세대를 탑재하고, 5000mAh 고용량 배터리를 제공한다. 80W의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35㎜ 맞춤 광학 시스템도 제공한다.
이같이 중국 기업 공세가 진행되면서 MWC23을 찾은 삼성전자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였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부문장(사장)은 중국 업체들과 관련된 질문에 “경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 등이 오포 등의 전시관을 찾아 제품을 관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MWC특별취재팀:바르셀로나(스페인)=김원석부국장(팀장), 박지성·정예린기자, 사진=이동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