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韓 파운드리와 협력 추진…파운드리 경쟁·협력 공존할 것”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은 앞으로 경쟁과 협력 관계의 구분이 없어질 것입니다. 가령 경쟁 파운드리와도 함께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같은 협력 관계를 발굴·확대할 계획입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인텔이 한국에서 '개방형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나 DB하이텍 등 국내 파운드리에서 만든 웨이퍼를 인텔이 패키징하거나 조립 또는 테스트 공정만 이용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인텔 칩을 한국 파운드리에 맡길 수도 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는 최근 전자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개방형 생태계'가 인텔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의 핵심 축”이라면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인텔 IDM 2.0은 2021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회사에 복귀하며 수립한 전략이다.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골자로 하지만 기존에 알던 파운드리 서비스와는 결이 다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필두로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조성한 것이 특징인 반면에 인텔은 이를 벗어나 누구나 접근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권 대표는 “인텔이 반도체 제조의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하는 영역을 나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IDM 2.0”이라며 “서로 다른 파운드리에서 생산된 웨이퍼를 인텔이 모아 후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TSMC에서 만든 중앙처리장치(CPU)에 삼성전자의 메모리를 붙이는 패키징 공정을 인텔이 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인텔은 외부 파운드리와의 협업을 추진하기 위한 전문 팀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韓 파운드리와 협력 추진…파운드리 경쟁·협력 공존할 것”

최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손을 맞잡은 사례를 언급한 권 대표는 반도체 업계에서도 충분히 이같은 '동반성장'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과 LG는 TV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쓴 제품을 내놨다. 경쟁관계보다 실리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권 대표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대표 사례라며 “이같은 동반 성장을 위한 인텔의 개방형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구체화되고 있다”며 “고객사가 상당히 의미있게 평가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고객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개방형 생태계는 '밖'에 초점을 맞췄다면 인텔은 내부(Internal) 파운드리 모델 혁신도 추진 중이다.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인텔 반도체 제조를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실적으로 잡는 것이 핵심이다. 얼핏 보면 IFS 매출 증대 효과 노린 듯하지만 권 대표는 “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사 대비 경쟁 우위에 있지 않으면 인텔 제품도 외부 파운드리에서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IFS도 가격·기술·생산능력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권 대표는 “지금까지 인텔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반도체 팹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이 IDM 2.0의 1단계였다면 내부 파운드리 모델은 2단계 운영 혁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

인텔 IDM 2.0은 인텔코리아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켰다. 특히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혁신 기업이 많은 한국인 만큼 인텔코리아도 중요 역할이 요구된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 저변을 넓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인텔코리아는 작년 국내 노트북 제조사와 이보 플랫폼(노트북 성능규격) 공동 엔지니어링 협업을 추진하고 SK와 5G 네트워크 전력 저감 기술 공동 개발을 시작했다. 또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사와 협력, 한국환경관리공단·한국항공대의 업무용 PC 플랫폼(vPro)을 구축하는 성과도 거뒀다. 네이버 클라우드의 해외 진출에도 인텔이 함께 하고 있다.

권 대표는 “국내 많은 혁신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에 도전하고 글로벌 시장에 나가려고 한다”며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진 인텔이 '가교' 역할을 담당해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