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우시 4세대 D램 韓-中 오간다

SK하이닉스 C2(우시)
SK하이닉스 C2(우시)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공장을 4세대 D램(1a) 라인으로 전환키로 하면서 생산전략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나노미터(㎚) 수준으로 알려진 1a 공정은 초미세 회로를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가 필수다. 그러나 EUV 장비는 미·중 갈등으로 중국 내 반입할 수 없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1a D램을 생산할 때 필요한 EUV 공정은 한국에서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중국 내 EUV 장비를 구축할 수 없기 때문에 미세 회로 구현에 필요한 EUV 공정은 한국에서 수행하고 나머지 작업들을 우시에서 마무리해 출시하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우시 팹(공장)은 궁극적으로 1a 전환을 통해서 DDR5, LPDDR5 등을 생산할 수 있도록 활용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중국 공정 전환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식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는데, SK하이닉스는 한국과 중국 팹을 병행,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미·중 반도체 갈등 속에서 찾은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중국에 EUV 노광기를 설치, 양산에 활용할 것이다. 2021년 양산을 시작한 4세대 D램은 현재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으로 대량 생산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중국 내 생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우시 공장에는 EUV 장비 반입이 제한돼 현지에서 4세대 D램을 양산하는 건 불가능하다. EUV 노광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이 미국의 중국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22년 △18나노(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6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 생산을 위한 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으로부터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받아 수출 통제 품목 반입이 허용됐지만, EUV 장비는 여전히 제한을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D램 수요 확대에 대응하면서 중국 우시 공장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웨이퍼를 이송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조 과정을 요약하면 중국 우시에 먼저 웨이퍼를 투입해 필요 작업을 마치게 되면, 이를 한국으로 가져와 EUV 공정을 거치고, 이를 다시 우시에서 최종 제품으로 출하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제조 단계를 밟고 외부 오염에 민감한 반도체 웨이퍼를 이송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우시 공장 화재로 반도체 양산이 어려울 때 썼던 방식이어서 이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 운송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있지만 1a 공정 적용에 따른 제품 부가가치 상승분이 더 커 수익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결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원활한 웨이퍼 이송을 위해 전세기와 같은 전담 항공편을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조치는 우시 공장이 중요성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전체 D램 생산의 약 40%를 담당하는데, 수익성이 점차 하락하는 2~3세대(1y~1z) 대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으로 수익 개선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는 마진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생산 능력은 키우고, 구형(레거시) 제품을 생산 비중을 줄이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전략도 12㎚ 수준으로 알려진 5세대 D램(1b)부터는 적용이 어려울 전망이다. 5세대 D램는 EUV 공정이 더 복잡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EUV 공정 단계가 많아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공정을 진행하는 것보다 한 곳에서 처음부터 끝까지(엔드 투 엔드) 전체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시 공장 1a 전환으로 중국 팹 활용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지만, 1b 등 장기적 관점에서는 추가 활용 조치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D램 양산 시점 - *현재 4세대 D램이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이다.
SK하이닉스 D램 양산 시점 - *현재 4세대 D램이 SK하이닉스 주력 제품이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