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적층하는 신기술 구현에 성공했다. '하이브리드 본딩'이라 불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로, 차세대 HBM 16단 HBM4 첫 적용이 예상된다.
김대우 삼성전자 AVP(첨단 패키징) 사업팀 상무는 3일 한국마이크로전자및패키징학회(KMEPS) 2024 정기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최근 16단 HBM을 하이브리드본딩(HCB)으로 만들어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HBM3로 테스트를 했지만 곧 HBM4로 넘어가 양산성을 갖출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불리는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해 제조한다. 현재는 D램 상·하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솔더볼'이란 소재를 이용한다. 솔더볼은 쉽게 말해 납땜용 구슬이다.
그러나 반도체 입출력(I/O) 신호가 크게 늘어나면서 솔더볼로 차세대 HBM을 만드는데 한계에 다다랐다. 또 일정 공간을 차지하는 솔더볼 때문에 HBM이 계속 높아지는 문제가 생겼다.
대안으로 주목받는 것이 솔더볼을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 본딩이다. 반도체(다이) 위아래를 구리로 직접 연결하기 때문에 신호 전송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으며, HBM 높이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기술 개발은 HBM3로 진행했지만 HBM4에서 구현될 16단을 모두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적층한 점에서 주목된다. HBM4 상용화의 핵심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내줬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빠른 HBM4 양산으로 경쟁 우위를 되찾는 것이 시급한 만큼 차세대 제품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HBM4 양산 목표는 내년 하반기로, 2026년을 계획하는 SK하이닉스보다 조금 앞선다.
SK하이닉스 역시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적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한화정밀기계 본딩 장비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HBM4에서 하이브리드 본딩을 시도하지만, 기존 접합 기술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시장 수요에 맞게 활용하려는 '투트랙 전략'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호영 SK하이닉스 어드밴스드 패키지 개발 담당 부사장은 “여러 차례 MR-MUF(매스리플로우-몰디드언더필) 공정을 쓰다보니 HBM4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지속적인 MR-MUF 소재 기술 고도화에도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패키징 학회와 광주테크노파크가 주관한 이번 학술대회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기조 강연 외 산학연에서 40여개 패키징 기술 세션이 이어졌다. 역대 최대 규모인 400여명 이상이 학술대회에 참여했다.
강사윤 학회장은 “반도체 미래를 좌우할 첨단 패키징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학술대회가 첨단 패키징 기술과 시장 통찰력을 얻을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