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첨단 패키징 시장 급성장이 예상되면서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간 기술 경쟁이 본격 가열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뿐만 아니라 신사업으로 패키징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28일 경기도·수원시 주최, 전자신문 등 주관으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산업전'에서는 이런 첨단 패키징 산업의 뜨거운 열기를 보여줬다.
◇레조낙 “NCF 두께 6㎛로 축소”…제우스, HBM 세정 장비 선점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반도체인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기존 공정과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전시회에 참가한 일본 레조낙은 HBM 필수 소재인 비전도성필름(NCF)을 선보였다. NCF는 초미세 구멍을 뚫는 실리콘관통전극(TSV) 이후 D램을 접합할 때 활용되는 소재다.
히타치와 쇼와덴코가 합작 설립한 레조낙은 이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기업이다. HBM에서 NCF 공정을 적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레조낙은 NCF 고도화를 위해 제품 두께를 지난해 10마이크로미터(㎛)에서 올해 6㎛로 줄였다고 밝혔다. 차세대 HBM에 대응하기 위해서 내후년에는 두께를 더 축소할 계획이다.
현재 HBM 최대 층수는 8단인데, 16단 이상으로 적층하려면 최대한 두께를 낮춰야 하고, NCF도 얇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NCF 이외 HBM 접합 소재인 몰디드언더필(MUF)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MUF는 NCF와 달리 칩 사이 빈 공간에 채워 넣는 액체성 소재로, SK하이닉스가 HBM 제조에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HBM에 2가지 소재가 모두 활용되고 있어 레조낙은 MUF 대응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HBM 장비도 전시회를 달궜다.
제우스는 HBM 세정 장비 '아톰(ATOM)'을 공개했다. 아톰은 웨이퍼에 원형 틀(링 프레임)을 붙여 TSV 공정을 진행하고, 이물(파티클)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쓰인다. TSV 공정이 필수적인 HBM 수요 확대로 아톰 쓰임새도 늘어나는 추세다.
제우스는 올해 초부터 아톰 본격 양산에 돌입, 국내 주요 종합반도체기업(IDM)에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장비 선제 개발과 적시 납품으로 국내 IDM 공급망을 선점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고객사에 이어 해외 기업과도 아톰 공급을 협의 중”이라며 “임시본딩·디본딩(TBDB) 장비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펨트론은 2D·3D 웨이퍼 검사장비 'WIR'을 선보였다. 웨이퍼 범프, 패턴, 크랙 등을 모두 검사할 수 있고, 검사 결과물을 3D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쟁사 대비 장점이다. 특히 HBM에 적용할 경우 칩의 높이와 칩(다이)의 휨 현상도 파악할 수 있다. 현재 국내 HBM 제조사와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패키징 검사·계측 기술 '고도화'
패키징이 중요해지면서 이를 검사, 계측할 수 있는 기술들도 발전하는 모습을 비췄다. 적외선(IR), 엑스레이(X-ray), 가시광선 등 다양한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패키징 검사 및 계측 장비들이 전시회를 채웠다.
독일 광학기업인 자이스는 새로운 3D 엑스레이 웨이퍼 검사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에 3D 인라인 장비는 양쪽에 디텍터와 소스가 서 있고 피검사체인 웨이퍼를 회전시켜서 검사하는 방식인데, 새로 소개한 '라미노그래피' 방식은 피검사체를 그대로 둔 채 소스와 디텍터가 움직이면서 검사한다.
자이스 관계자는 “기존 방식은 300㎜(12인치) 웨이퍼를 회전해야 해서 반경이 크고, 회전하는 물체에 대한 해상도 저하 및 속도, 경화 효과 등이 생겼는데, 이 방식은 그런 제약이 없고 해상도 문제는 보상 작업을 통해 이미지 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면서 “현재 고객사와 공동 개발 중으로 베타 테스트 단계”라고 설명했다.
힘스는 최근 제작한 오버레이 계측장비를 처음 공개했다. 이 장비는 웨이퍼에 중첩해 패터닝한 회로가 얼마나 정확하게 정렬됐는지 확인한다. 범프의 사이즈나 깊이까지 측정할 수 있다.
힘스는 IR을 이용해 웨이퍼의 깨진 부분이나 칩 표면의 결함을 확인하는 장비들과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파인메탈마스크(FMM) 인장 장비를 제조해온 회사다. 이번 개발을 계기로 향후 반도체 후공정에서 칩의 패턴까지 측정할 수 있는 오버레이 계측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토모큐브는 가시광선을 활용한 반도체 유리기판 비아홀 검사기술을 소개했다. 토모큐브는 바이오 분야에서 9년간 가시광선을 활용한 3D 스캐너 헤드를 공급 중이다. 이를 반도체 유리기판 검사 장비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이를 활용하면 유리기판의 비아홀을 3차원으로 구현해 결함을 확인할 수 있다. 토모큐브 관계자는 “글로벌 및 국내 대기업들과 테스트 중인 단계로 내년 기술을 본격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 외 경기도는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과 협업하는 반도체 기술 개발 기업들과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기 위한 부스를 차렸다. 대표적인 업체가 7마이크로미터(㎛) 정밀도를 갖춘 CT 기반 오류 검사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 중인 테크밸리와 엑스큐브다. 테크밸리의 CT 장비와 엑스큐브의 3차원 모델링 기술 및 인공지능(AI) 기반 자동분류 시스템을 결합해 데이터를 경량화하고 검사 속도를 높이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패키징 생태계 확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패키징 인재 채용과 소부장 협력사 측면 지원에 나섰다. 패키징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생태계 조성이 중요해서다.
삼성전자는 DS부문 테스트&시스템 패키지(TSP) 총괄 부문 채용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패키지 개발·반도체 공정 기술·평가 및 분석·설비 기술 등의 직무에서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소부장 협력사 지원 부스를 마련했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환영사에서 “AI 산업 발전으로 세계 반도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번 포럼과 산업전이 반도체 경쟁 구도에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경기)=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