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률 30%를 달성했다. 경쟁사들의 기술 추격에도 양산 경쟁력을 앞세워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공정 효율화에 집중, 원가 절감 등 수익 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D램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3개 업체 중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2분기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2분기 영업이익률은 30.47%로, 직전 분기보다 12.74%포인트(P) 올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30%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던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메모리 시장 2위, 3위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전분기와 견줘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지만 30%대 벽은 넘지 못했다. SK하이닉스 2분기 영업이익률은 26.11%로 1분기 대비 10.52%P 상승했다. 3월에서 5월까지를 3분기 회계연도로 하는 마이크론의 영업이익률은 24.24%로 전분기보다 13.61%P 올랐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실적은 메모리와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가 포함된 것이다. 삼성 비메모리 사업은 업계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메모리 사업 영업이익률은 30%를 상회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경쟁사들이 연이어 업계 최초 첨단 메모리 반도체 양산 소식을 전하면서 일각에서는 시장 1위인 삼성전자가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말 176단 낸드 플래시를 업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발표했고, 지난 6월에는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 양산도 공식화했다. SK하이닉스도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활용해 4세대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4세대 D램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어서 경쟁사 대비 뒤처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실적을 통해 메모리 사업 경쟁력을 재확인했다. 마이크론 등 경쟁사 기술 수준과 양산 속도가 약진한 건 사실이지만, 공정 효율성과 수익성에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경쟁 우위를 차지한다는 의미다. 경쟁사들이 기술력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한 셈이다.
실제 삼성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낸드 플래시의 경우, 전류가 흐르는 구멍을 두 번에 나눠 뚫는 더블 스택 대신 싱글 스택 기술로 공정 수와 재료 사용량을 줄였다.
지난달 29일 삼성전자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우리의 고민은 더 이상 (낸드 적층) 단수 그 자체가 아니다. 효율성과 원가 측면에 집중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공정 효율 개선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EUV 장비 적용을 확대, 양산 경쟁력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14나노 D램에서는 5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보통 한 개 레이어에 EUV를 적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EUV 적용 레이어가 늘어날수록 미세 회로 패터닝 공정 단계를 줄일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앞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 '비밀'로 통용되는 레이어 수를 공식화한 건 이례적으로, 삼성전자의 양산 경쟁력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반도체 상위 3개사 2021년 2분기 실적 비교]
(자료 : 업계 취합)
[세계 D램 시장 점유율] (2020년 3분기 기준)
자료=트렌드포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