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전기, 반도체 기판에 1조 투자...대규모 증설 임박

[단독]삼성전기, 반도체 기판에 1조 투자...대규모 증설 임박

삼성전기가 대규모 반도체 기판 투자에 나선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반도체 기판 증설에 1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 같은 계획을 세우고 최종 이사회 승인을 앞두고 있다.

반도체 기판은 반도체와 메인보드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이다. 반도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삼성전기가 반도체 기판 증설에 1조원을 투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회사가 작년 한해 투자한 설비투자 금액은 총 7205억원이었다. 이중 기판 분야에 집행한 금액은 859억원에 그쳤다. 구체적인 투자 기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연간 투자를 뛰어넘는 1조원을 반도체 기판 증설에 사용하는 것이어서 파격적이다.

삼성전기의 투자는 반도체 기판 수요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반도체를 장착하는 기판 역시 전 세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판이 없으면 반도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기판 업체에 투자를 제안하거나 웃돈을 줄 정도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삼성전기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이 단기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에 따라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반도체 기판 예.<그림=삼성전기 홈페이지>
반도체 기판 예.<그림=삼성전기 홈페이지>

특히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 사업 철수를 앞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도체 기판에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RF-PCB는 단단한 경성(Rigid) 기판과 구부러지는 연성(Flexible) 기판이 혼합된 형태의 제품으로 주로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모듈, 스마트폰 등에 쓰였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와 업체 간 가격경쟁 심화로 삼성전기는 올 연말 RF-PCB 사업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삼성전기 증설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에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FC-BGA는 주로 전기 신호 교환이 많은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칩 패키징에 활용된다. 인텔, AMD, 엔비디아 칩이 대표적이다.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이들 고성능 칩 수요가 늘었고 FC-BGA가 부족해졌다. FC-BGA는 기술 진입 장벽이 있어 이비덴, 신코덴키, 삼성전기 등 세계적으로 10여 개 업체만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FC-BGA 주 고객사는 인텔이다.

삼성전기는 또 주로 모바일용 반도체에 사용되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징(FC-CSP) 증설도 예상된다. 세계 최대 PCB 제조업체인 대만 유니마이크론 FC-CSP 공장에서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화재가 연속 발생하면서 납기 지연이 심화했다.

반도체 기판 부족은 수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일각에선 2024년 FC-BGA 수요가 공급능력보다 40%나 더 많은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부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1조 투자'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투자와 관련해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