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융합 시대'가 다가온다. 로직과 메모리 등 각각 성격이 다른 복수의 이종 반도체가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되고 궁극적으로는 한 웨이퍼 상에 구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빨라진 디지털 전환과 함께 반도체 기술에도 큰 패러다임 변화가 일 것이란 분석이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대표이사)은 6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글로벌 테크 코리아 2021' 기조연설에서 5G·클라우드·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면서 “로직과 메모리를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하는 단계를 넘어 수동 부품들이 기판 속 내장되는 기술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부품들은 반도체 패키징 위에 실장됐다. 그러나 고성능 수요 확대와 경량화, 박막 요구에 따라 패키징 기술 중요해지고 여러 부품들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김진국 SK하이닉스 부사장(CTO)은 더 나아가 로직과 메모리가 하나의 웨이퍼 상에서 함께 구현되는 '융합 메모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재 한 개 반도체 패키지 안에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가 동시 적용된 '프로세스 인 메모리(PIM)'를 넘어 궁극적으로 하나의 웨이퍼 안에 로직과 메모리를 구현하는 '컴퓨팅 인 메모리(CIM)'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진국 부사장은 “결국 CPU와 메모리가 얼마나 가까이에 있느냐에 따라 컴퓨팅 성능 향상이 결정된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비욘드 메모리 시대를 열어줄 CIM 기술을 구현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도체의 진화는 전자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안전하고, 더 친환경적이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기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하지만 에너지 절감과 AI 구현은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은 “'더 나은 일상'과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김진국 SK하이닉스 부사장은 “기술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변화는 기회를 가져오고 있다.
카이 베크만 머크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기회가 가득한 고무적 시기”라면서 “세상이 디지털화하면서 사람과 디지털 세상의 핵심 인터페이스로서 디스플레이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처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라만 아추타라만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부사장도 “반도체 시장은 가장 흥미로운 시기”라면서 “반도체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전력, 성능, 공간, 비용, 시장 출시 기간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테크 코리아 2021은 6일 개막식과 기조연설에 이어 7~9일 △반도체·소부장(소재·부품·장비) △디스플레이·소부장 △배터리·핫테크 세션 발표가 계속된다.
<문재인 대통령 축전>
문재인 대통령은 글로벌 테크 코리아 2021 개막식에 축전을 보내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래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올해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비롯한 전 산업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며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면서 “'K-테크와 함께 미래를 만나다'라는 오늘 콘퍼런스 주제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 기술의 성취와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시스템반도체·바이오·미래차의 3대 신산업은 신도형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AI) 산업은 기술혁신을 선도하며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미래산업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있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묵묵히 땀 흘리고 있는 대한민국 엔지니어들을 응원한다”면서 “글로벌 테크 코리아가 연대와 협력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기술이 새로운 가치 제공할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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