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는 대내외적으로 '위기의 시대'였다.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우리 기업을 해외 선두주자들이 본격적으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모바일이 정보기술(IT) 기기 대세로 자리 잡자, 업계 리더인 애플과 특허관리전문회사(NPE)는 취약한 국내 지식재산권(IP) 체계에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완성하고 본격적인 기술 투자에 돌입하면서 우리나라와 격차를 좁히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등 일부 품목에서는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를 추월, 국가 경쟁력을 위협했다.
우리 기업은 기술 혁신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유례없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제조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기술 강국의 면모를 입증했다. 조선·철강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산업 구조 조정을 본격화하면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시작,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한 결과 우리나라가 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기술 선진국의 첫 성장통…애플의 특허 소송
2011년 4월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이 3개 기술 특허와 4개 디자인 등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1심 판결만 하더라도 삼성의 9억3000만달러 손해배상을 판결했다. 연방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다시 1심으로 돌려보내는 등 긴 공방 끝에 2018년 양사는 사건 종결에 합의했다.
2012년에도 애플은 특허 소송을 걸었다. 2월 삼성전자가 채택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다수 특허가 애플 OS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2017년 미연방대법원은 삼성전자 상고 신청을 기각하고 1억1960만달러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애플뿐 아니라 국내 기술 기업을 상대로 수많은 해외 NPE가 특허 분쟁을 일으켰다. 국내 IT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이를 견제하는 동시에 수익을 거두려는 시도였다. 국내 타격이 강력했던 만큼 우리나라는 IP 중요성에 대해 재인식하게 됐다. 당시 정부는 2011년 지식재산 강국 실현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우리 기술을 보호하고 배타적 권리를 확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용되는 기술 강국을 위한 토대를 닦았다.
◇미·중 무역 갈등 수면 위 부상…가전·통신 전략 변화
2010년대 초반 미국이 급성장하는 중국의 시장 영향력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당국에 데이터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통신 시장은 롱텀에벌루션(LTE)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전환을 앞두고 있었다. 화웨이를 비롯한 '세계의 공장'인 중국 생산 능력에 위협을 느낀 미국은 자국 내 제조업 강화 시동을 걸었다.
화웨이 시장 영향력이 강화하자 글로벌 통신장비뿐 아니라 삼성전자도 기술 초격차에 나섰다. 누구보다 한발 앞서 5G 기술 상용화에 나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시도다. 국내 통신사도 가세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2012년부터 월풀이 삼성전자와 LG전자 상대로 반덤핑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수출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만큼 우리 기업은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는 자국 내 제조 능력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국 정부의 의도도 깔려 있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맹추격…'OLED로 초격차 시동'
2004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왕좌'를 차지했다. 액정표시장치(LCD) 기술 고도화와 공격적인 투자, 선제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확보 성과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은 매서웠다.
중국은 기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LCD부터 공략했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정부 지원을 앞세워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BEO와 티안마, CSOT 등이 세계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가격 공세에는 우리나라 기술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2018년 중국은 우리를 제치고 세계 LCD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은 LCD 비중을 점차 줄이고 OLED 사업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첨단 OLED 기술을 앞세워 세계 모바일·IT 기기·TV 시장을 공략, OLED 분야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다. 미니 LED와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며 미래 시장에 대비했던 때가 2010년대다.
◇조선·철강 등 구조조정…4차 산업 기술 혁신 개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조선·철강·해운·건설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기업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2015년 이후 본격화됐다. 전통적 산업 전략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정부는 선택과 집중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기술 현신을 도모하고 산업을 재편하려는 행보에 나섰다.
2010년 후반까지 제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 기술 대비 80% 수준에서 정체됐다. 이에 산업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빌리티 분야는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대비 열위에 있었다.
정부는 단기적인 산업 정책으로는 시장 대응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 어려운 국면을 타개할 전략을 '제7차 산업기술혁신계획'에 담았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 기술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혁신 기본 방향은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전략적 투자 △도전·축적·속도 중심 기술 개발 체계 구축 △플랫폼·표준화·실증 위주 기반 구축 방식 전환 △신기술의 신속 시장 창출 지원 시스템 구축 등으로 귀결된다. 7차 계획은 2020년부터 우리나라가 기술 초강국으로 도약할 토양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2010년대 주요 이슈]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