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시대다. 기술이 곧 국가의 힘이고, 경쟁력이다. 과거 열강들이 군사력과 무기를 앞세워 힘을 겨뤘다면 이제는 기술로 자웅을 겨룬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경쟁에도 기술이 선봉에 서 있다. 미·중 양국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기술을 갖춘 나라가 곧 선진국이고 강대국이다. 기술 주도권은 국가 경제와 산업을 넘어 외교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기업 역시 기술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유럽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아무리 생각해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기업임에도 기술혁신을 게을리하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마누라·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인적 쇄신은 이제 기술 혁신으로 바뀌었다.
기술의 시대는 우리나라에 기회다. 국토가 좁고 부존자원도 부족하지만 기술 수준은 세계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전쟁을 거치며 산업 기반이 무너졌다. 과거 상처를 치유하며 조금씩 성장한 우리는 1970년대를 지나며 산업화에 발을 들였다.
1980~1990년대 한국은 기술입국 씨앗을 뿌리며 '테크코리아 1.0' 시대를 열었다. 이 시기부터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과학기술과 기술혁신을 강조했고, '기술혁신 중심 산업국가'로의 전환에 나섰다. 산업화 초기 경공업과 중화학 중심이던 산업 구조는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반도체, 컴퓨터, 통신, 휴대폰 등 첨단 산업으로 고도화됐다.
2000년대에는 디지털 기술선도 기틀을 다지며 '테크코리아 2.0' 시대로 진입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휴대폰, 자동차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기술 강국으로 도약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추격과 견제가 심화한 2010년대는 위기 속에서도 기술혁신 중심의 성장전략을 지속하며 '테크코리아 3.0'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기술을 발전시켜 세계적인 기술 강국이 됐다. 테크코리아 3.0 시대까지 한국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으로 앞선 국가들을 무섭게 추격,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술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이제 '테크코리아 4.0' 시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기술 강국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해 진정한 초강국으로 거듭나려면 '선도자'(first mover)로 탈바꿈해야 한다. 기술 흐름을 읽고, 미래에 중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엔 신속한 개발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세계 시장에 파급력 있는 기술을 한발 먼저 확보하는 것이 기술 패권을 거머쥐는 지름길이다.
전자신문은 창간 4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 대주제를 '테크코리아 4.0, 기술 초강국을 향해'로 정했다. 다양한 기획과 르포, 특별인터뷰와 좌담회를 통해 테크코리아 4.0 시대 우리나라의 진로를 모색했다. 한국공학한림원과 함께 40대 미래 기술도 선정했다. 이 기술을 신속하게 개발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기술 초강국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기술 초강국 대한민국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자. 정부는 과감하게 규제를 풀고, 기술 패권 경쟁의 최일선에서 싸우는 기업에 파격 지원을 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 산업계, 학계, 연구소 등은 벽을 허물고 폭넓은 협업과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
테크코리아 4.0 시대, 기술 초강국을 향한 힘찬 걸음을 다시 내딛자.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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