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글로벌 CEO 만난 尹 "韓, 세계 최고 혁신허브 만들 것"

# 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CEO들과 만나 한국과의 협력 및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특히 한국을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허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날 오찬은 세계 경기침체 등 복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위기를 타개하려면 국가와 기업 간 연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란 인식이 밑바탕이 됐다. 우리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간 '교류의 장'을 열어 상생 발전을 모색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교류 분야도 반도체를 비롯해 전자·기계·정보기술(IT)·에너지·금융 등 우리 핵심 산업과 밀접했다. 보호무역주의 재확산에 따른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다보스포럼] 글로벌 CEO 만난 尹 "韓, 세계 최고 혁신허브 만들 것"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 추진

최근 미·중 갈등과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각국의 관심사가 집중된 반도체 분야에서는 팻 겔싱어 인텔 CEO와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가 참석했다. 겔싱어 CEO는 지난해 5월과 12월 두 차례나 방한할 만큼 국내 기업과 협업에 집중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와의 만남으로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이날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체적인 협력 방법을 도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인텔은 겔싱어 CEO 취임 후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추진, 파운드리 등 외부 반도체 제조사와 협업과 생태계 저변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해소하고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현대차와의 협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세대 먹거리로 손꼽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산업에서도 기업간 연대가 기대된다. 삼성과 LG는 VR·AR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말 VR·AR 전용 반도체 칩을 내놓고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몬 퀄컴 CEO와 삼성·LG 수장 간 시장 공략을 위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현대모비스)도 퀄컴과 자율주행 사업에 손잡기로 했다.

IBM은 부산과 연세대 등과 양자 컴퓨팅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첨단전략기술인 양자컴퓨팅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본격화한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IBM과의 협업 성과가 곧 가시화될 전망이다.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협력 논의

에너지 분야에서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신에너지인 수소 분야에서 다각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쉘은 1907년 영국 런던에서 설리된 석유화학 회사로 최근에는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 현대차, 두산퓨얼셀·한국조선해양 등과 항공유, 수소, 대형 선박용 연료전지 등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쉘의 와엘 사완 CEO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현대차 등 국내 기업과 추가 사업 내용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SK, 롯데 등 우리나라 기업은 세계적인 기업과 비교해도 수소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리퀴드 역시 국내 대기업 총수와 구체적인 수소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에어리퀴드는 세계적인 액화수소 충전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SK가스, 롯데케미칼과 합작투자로 수소연료전지, 수소충전소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액화수소는 수소 저장·운송에 수소경제 경제성을 확보할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베누아 포티에 에어리퀴드 회장은 수소 관련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도 맡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폭 넓은 협력방식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 현대차, 롯데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으로 수소 산업을 개척하는 기업인만큼 향후 수소산업 의제에 대해 인식을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국내 기업 투자 활성화 기대

금융 분야에서도 다양한 투자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무바달라의 칼툰 알 무바라크 CEO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으로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담당한다. 지난해 5월과 9월에 특사 자격으로 방한, 원전·에너지·방산·투자 협력을 강조했다. 무바달라는 2월 GS그룹·국내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 미국 베인캐피탈로부터 국내 바이오 기업 휴젤을 1조56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교류로 투자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규모 사모펀드인 블랙스톤 CEO 스테판 슈왈츠만도 참석했다. 블랙스톤 운용 자산은 2021년 기준 9510억달러에 이른다. 블랙스톤은 2014년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지난해 한국법인을 다시 설립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 행보가 기대된다.

이 외에 카카오뱅크와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한 이력이 있는 TPG, 인수합병(M&A) 자문과 투자은행 운용, 주한미군 관련 거래를 담당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작년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와 투자 활성화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비스타에쿼티파트너스 등 금융 분야 CEO들이 정부와 국내 기업 총수들과 투자 협력 논의를 진행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