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 재계가 미래 투자에 승부수를 띄웠다. 이들 주요 그룹사는 앞으로 3~5년 동안 58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반도체 패권전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엄중한 경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등 재계 총수가 선제적 투자를 택했다.
삼성전자는 24일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앞으로 5년 동안 450조원(국내 3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앞선 투자, 차별화한 기술력, 새로운 시장 창출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에서 선두주자로 올라서서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 앞으로 5년 동안 지속 투자, '초격차' 위상을 굳힌다. 시스템 반도체 등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경쟁력도 확보한다. 파운드리 분야는 선단공정 중심 기술개발·투자를 통해 미래시장을 개척한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삼성은 '바이오 주권'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 가며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 미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인다.
투자 계획에는 직접 채용 확대와 투자 활동을 통한 일자리 창출도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과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 동안 8만명을 신규로 직접 채용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역할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오는 2025년까지 3여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 미래 사업 허브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이날 발표는 미국 투자 발표 이틀 만에 이뤄진 것으로, 국내 산업 활성화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현대차그룹의 국내 투자 분야는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등 전동화와 친환경 사업(16조2000억원), 로보틱스 등 신기술과 신사업(8조9000억원), 내연기관차 등 기존 사업의 상품성과 서비스 품질 향상(38조원) 등이다.
롯데그룹도 미래 성장을 위해 5년 동안 37조원을 투자한다. 기존 핵심 사업인 유통·화학 부문뿐만 아니라 바이오·헬스케어·모빌리티 등 신사업 영역까지 전방위 투자를 펼친다. 과감한 투자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37조원 가운데 41%가 신사업과 건설·렌털·인프라 분야에 투입된다.
한화그룹은 앞으로 5년 동안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등 미래 신산업과 기존 산업 등에 총 37조6000억원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집중 투자한다. 수소혼소 기술 상용화, 친환경 신소재 등 탄소중립에 각각 9000억원과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각 2조6000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공동취재 박진형, 박준호, 류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