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의 SM 지분인수를 기점으로 K-엔터사들의 이합집산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일부나 일부 장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곳에서 멀티 레이블 체제(긴밀한 협업관계)가 K-엔터의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반대로 우려도 있다. 종속된 레이블이 모 회사의 매출만 생각해 돈 되는 음악만을 만든다면 창의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콘텐츠 영역부터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K-엔터의 다양한 기업 단위 움직임과 그 미래들을 살펴본다.
◇K-팝·K-드라마 엔터사, 레이블 더해 덩치 키워
K-엔터 IP(지식재산권)을 직접 만드는 엔터사들은 자회사 격의 레이블 설립과 인수에 몰입해있다. 전통적인 음원 유통사인 CJ ENM과 카카오엔터(구 카카오M, 로엔)와 마찬가지로 동종 기업들을 흡수하며 장르 폭을 넓히는가 하면, 필요기술이나 플랫폼을 지닌 소형 기업들의 설립 인수로 새로운 방향성을 꾀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대표적으로 최근 화두가 된 하이브는 빅히트, 플레디스, 빌리프랩, KOZ, 쏘스뮤직, 어도어 등 아티스트 레이블 라인업과 함께 미국과 일본 등 현지법인과 이타카홀딩스 등 해외 자회사 레이블을 갖추고 있다.
SM은 당초 발표한 3.0 비전의 5+1 음악 멀티센터와 별도로 SM C&C, 키이스트, SM 라이프디자인 그룹, 디어유, 미스틱스토리 등 SM STUDIOS를 중심으로 한 비음악 영역 레이블화를 구성하고 있다.
JYP는 레이블 단위와 같은 본부개념을 4개까지 사내에 설립, 스트레이 키즈, 트와이스, 엔믹스 등을 프로듀싱하고 있으며, RBW는 최근 2년 새 DSP미디어, WM 등 경쟁기업들을 레이블화 함과 더불어 콘텐츠 제작사인 얼반웍스를 품었다. 또 아이오케이(IOK) 컴퍼니는 YNK 등 배우 레이블 인수와 함께 별도의 음악사업부는 물론 자회사 IOK STUDIO를 설립, 콘텐츠, 뉴미디어 등 전략을 세우고 있다.
콘텐츠 회사들의 이합집산도 빈번하다. 대표적으로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은 문화창고, 화앤담, KPJ, 지티스트, 길픽처스를 산하에 두며 확장중이다. SLL은 사명변경과 함께 드라마하우스·비에이엔터·필름몬스터·앤솔로지스튜디오·하이지음스튜디오 등 멀티레이블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플랫폼, 미래 먹거리 'K-엔터'로 러시
플랫폼들 또한 공격적으로 엔터사들을 끌어안으며 K-엔터 주체로 서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파트너십과 전략적 인수로 영향력 넓히기 중이다.
우선 네이버는 미국 계열사와 일본 소프트뱅크 합작법인 A홀딩스를 통해 네이버웹툰과 라인플러스, 라인게임즈를 운영하는 한편 CJ ENM과 대한통운, 스튜디오드래곤과 6000억원, 하이브와 4000억원 규모의 지분교환을 통해 콘텐츠 동맹을 맺고 있다.
또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하이브 자회사 위버스컴퍼니(구 비엔엑스)에 양도하거나 CJ ENM의 자회사 티빙에 400억원 규모 추가투자를 진행하며 영역확대를 꾀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8년 8월 탄생한 카카오M을 발판으로 스타쉽, IST, 안테나 등 가수 레이블부터 킹콩(by 스타쉽), 매니지먼트 숲, 어썸이엔티 등 배우 회사 등은 물론 글앤그림·로고스필름·사나이픽처스·월광 등 제작사까지 직접인수 형태로 품으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엔터 몸집 불리기, 미국 빅테크 엔터와 유사
이 같은 K-엔터 몸집 불리기와 이합집산은 왜 일어나는 걸까? 유니버설뮤직그룹,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음악 기업들이 성격이 다른 여러 레이블을 운영하면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기업들은 다양한 아티스트를 확보해 세계 음악 시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이나 아마존, 넷플릭스 등 미국의 빅테크 중심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헐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여전히 건재하지만 실질적인 수요는 OTT를 운영하는 대표 기업들을 중심으로 유력 스튜디오 단위의 IP 생산 유통이 더해져 고도화되는 모양새다.
'보는 음악'을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수요가 글로벌 단위로 확장된 K-엔터 역시 기본매력인 다양한 콘텐츠 요소와 이를 토대로 한 사업 변주를 위해 복합적인 기업집단의 형태를 취하는 모습이다. 이것이 곧 동종업체 인수나 이종산업과 연계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또 구글 스타일로 파트너십과 함께 콘텐츠 범위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네이버, 애플처럼 콘텐츠 자회사를 발판으로 다양한 영역과 기술을 접목시키는 카카오, 전통적인 콘텐츠 풀에서 라이프 유통으로 확장해나가는 디즈니 스타일의 CJ ENM, 하이브 등 플랫폼 확산세도 비슷하다.
이러한 이합집산 확대 분위기에 K-엔터의 고민이 있다. 우선 플랫폼과 IP 회사 간 갈등이다. 효율적이지만 단편적인 플랫폼과 다양성이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는 콘텐츠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에 대한 부분이다.
또 플랫폼 간 파워게임 또한 고민의 한 측면이다. 네이버-하이브-YG, 카카오-SKT-SM 등 협업 관계 흐름 속 각 플랫폼 중심의 대결 구도가 비치면서, 콘텐츠 자체 매력보다 자금력이나 시스템, 마케팅 능력 등이 강조된다. 최근 우군인 네이버와 손을 잡은 하이브와 카카오 간의 SM 인수전 대결 구도 또한 이러한 시선을 받고 있다.
요컨대 현재 K-엔터 움직임은 하이브의 SM 인수라는 빅이슈를 포함한 엔터사 일각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 다각적인 산업 채널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표 화두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